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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익어가는 마을

선규백 2007. 10. 9. 00:19

한국에 출장을 다녀올 일이 있어서 아내와 함께 9월말에 잠시 한국에 머물었다.

언제 보아도 한국의 봄과 가을은 이국 생활하느라 잊었던 한국의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한다.

내가 한국을 떠나기 전 우리나라는 못살고,지저분하고,도시와 도로들이 정비가 안되었으나 요즘의 한국의 사정은 어느 나라와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특히 도로가 잘 포장되어 있고,고속도로의 개발은 어느 선진국에서도 못지않게 잘 정리되어 있다.

오랫만에 아내와 동해안을 가기로 결정하고,삼척행 고속버스를 이용하여 동해로 떠났다.

평일이고 휴가철이 지나서인지 고속버스엔 승객이 몇 명 되지 않아서 운전기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정시에 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하니 미리 연락한 조카가 반가이 맞는다.

조카 며느리가 정성 껏 차린 늦은 점심상을 받았다. 동해에서 잡았다는 우럭회, 전복, 이 가을철에만 유난히 노오란 성게알, 미역국.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전복과 밤을 섞어 지은 밥 등 진수성찬을 대접 받았다.

조카의 안내로 덕구온천으로 향한다.

비릿한 내음의 동햇가에서 산중으로 향하며 차의 유리창을 여니 빽빽하게 서있는 소나무들에서 내뿜는 향이 코끝을 상쾌하게 한다.

 오후 늦게 덕구온천에 도착하여, 따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근다.

나른한 피로가 씻기어 가는 것 같다.

늦은 시간에 온천 호텔의 식당에 가니 이곳이 송이버섯 산지이고 지금이 그 수확철이라고 해서 송이버섯 찌게로 간단한 저녁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진한 솔잎향이 바람을 타고 흐른다. 늦은 밤 아내와 호텔주변을 산책했다.

초가을 날씨의 상쾌함이 온몸에 스며든다.

오랫만에 나의 일상인 사무실과 현장에서의 전투와 같은 분위기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해방감을 만끽하며 고즈넉한 밤공기에 취해본다.

 

아내와 나는 아침일찍 일어나 호텔에서 준비한 트랙킹팀에 합류 하였다.

2시간코스란다.10여명이 팀이되어 산림욕이란 이름으로 골짜기를 타고 트래킹을 하는 것이다.

1인솔자는와 참여자 10여명이 서둘러 빠른 걸음으로  골짜기를 따라 올라간다.

숲속을 지나고, 내를 건너 잡목이 우거진 곳을 통과하고, 소나무 숲을 지나 정상쪽을향하는 코스이다.

잠시 일행을 좇아 따라 가다가 아내와 나는 뒤로 쳐지기로 하였다.

이 아름다운 숲길을,이 좋은 내음을 왜(?)그리 바쁘게 앞만 보고 급히 올라가야 하는가?

나무 하나하나의 모양을 감상하며 내음도 즐기며 천천히 걷기로 하였다.

"저 들국화는 색깔이 참 곱다"라하면 아내는 "저 소나무 좀 보아요.곧게도 자랐네요."

맑은 냇물에 손도 담그어 보면서, 천천히 자연을 즐긴다.

삐죽이 솟아오른 송이를 따서 반쪽으로 쪼개어 나누며 냄새도 맡아보며,붉게 물든 단풍도 바라본다.

천천히 걸어 오던 길로 다시 내려온다.

아침 식사를 간단히 하고 또 다시 온천욕을 즐긴다.

정오경에 조카가 삼척에서 올라왔다.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조카의 승용차를 타고 감나무가 많은 마을을 지나간다. 붉고 탐스러운 감이 가지가 휘도록 주렁주렁 달려있다. 

고추를 멍석에 널어 볕에 말리는 마당가가 보기 좋다.

조이삭이 머리를 숙이고 있다. 익어가는 벼 이삭이 들녁을 누렇게 물들이고 있다.

조카는 삼척시,동해시를 거쳐서 강능까지 안내를 한다.

저녁 시간이 다되어 강능에서 고속버스에 몸을 맡긴다.

조카며느리가 준비해준 미역,해삼,성게알을 짐 싣는 곳에 소중이 부탁한다.

고속 버스가 출발하자마자 피로가 �아온다. 잠시 깊은 잠에 빠진다.

바닷가로, 산으로, 온천으로의 1박2일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가고 있다.